14.2.23

빨간색

  이 세상에 '객관적'이라는 것은 없다. 모든 현상은 지각을 통해 인지되고 자신의 뇌를 통해 인식된다. 한 사물을 볼 때 느끼는 결과는 나와 정말 닮은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100% 일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인식된다. 

 내가 느끼는 빨간색과 너가 느끼는 빨간색이 '빨간색'이라는 단어에 갇혀 똑같이 표현할 수는 있으나, 각자가 느끼는 빨간색이 어떻게 같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증명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자유는 중요하다.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자유, 획일화 되지 않을 자유. 각개인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만의 인지로 살아가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나의 주관성으로 남의 주관성을 재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제한적이고 그 단어 마저 각자가 생각하는 뉘앙스는 다 다르고 시간에 따라 사라지고 생성 되기를 반복한다. 때문에 언어에 갇혀 사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극심한 손해다. 그저 느끼는 대로 살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언어는 경험을 기록하는 수단일 뿐이지, 결코 경험의 주체가 아니다. 언어가 경험을 정복하는 순간  나의 세상은 더욱 작은 범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보는 너는 내 세상속에서 인지된 결과물 중 하나이고, 때문에 너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가 나에게 해를 입힌다면 내 세상속의 누군가가 나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고,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또한 내 세상속의 누군가가 내게 주는 사랑이다. 

 그 역도 성립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결국 내가 나에게는 주는 상처이고 사랑을 준다면 내가 나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에 아쉬울 것은 크게 없다. 결국 내가 준대로 받는 법이니까. '나의 세상'에선 무엇을 하든 공평한 싸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