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친구랑 롤 몇 판을 가볍게 때리고 집에 오니 이틀 전부터 기미가 보였던 감기 기운이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다. 열이 펄펄 오르는 것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아서 재밌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한 복합적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내 안에 항원과 항체들이 열심히 싸우는 것을 온 몸으로 관찰하면서 잠으로 곯아 떨어졌다.
지금 기상한지 약 2시간 정도는 지난 터라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딱 한가지 불쾌한 꿈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배경은 대학교였다. 나는 후배 친구들과 조별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대화에 충돌이 생겼나보다. 그러자 그 친구들이 나의 학번과 나이를 가지고 놀려대기 시작했다. 거기에 대고 나는 "야 스물 다섯도 젊은 거야, 그리고 내가 너네 보다 젊게 살걸" 따위의 말을 하며 필사적인 변론을 했다.
잠에서 깨고 비 때문에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수업에서 내 출석체크를 기다리다가, 문득 왜 내 출석체크 순번이 항상 앞쪽일까 궁금해졌다. 교수님이 부르는 이름들을 쭉 들어보니 가나다순도 아니었고 앞순서 학생들 이름 앞에 붙은 숫자를 보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출석은 학번순이었다.
내 앞에 있는 학생들은 대략 4명 남짓이었고 나랑 같은 18학번은 몇 남아있지도 않았다. 아 외롭다 나랑 같이 시작했던 18학번 친구들 다 어디로 갔나. 나는 아직도 신입생인거 같은데... 하나둘 선배들이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나는 신입생 때 지금 내 정도의 학번을 보면 진짜 아저씨, 아줌마 처럼 보였는데 거울을 보니 나이만 먹은 신입생이 보인다. 다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