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옆이 거의 다 떨어진 나무를 보면서 여름에 비해 참 볼품 없는 풍경이 됐다고 생각했다. 날씨도 춥다 보니 발코니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이 날은 유독 잠이 오지 않아서 오후 3시에도 눈이 말똥말똥 했는데 덕분에 펑펑 내리는 눈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잠깐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눈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이 오고 있었고 위에 사진처럼 어느새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볼품없던 풍경은 하얀색 바탕으로 뒤덮여 어제까지만 해도 앙상했던 그 풍경이 더 이상아니었다.
두껍게 쌓여있는 눈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졌다. 룸메한테 같이 만들자고 얘기했는데 딱히 내켜하는 눈치는 아니어서 새벽 1시에 혼자 나가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눈사람을 만든게 대체 언제 였을까? 초등학생이었나? 기억도 안 날정도로 오래됐다. 눈을 굴리는데 이게 예상보다 너무 무거워서 도대체 유년기 시절에 이리 무거운 걸 어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다. 사진에 보이는 크기가 내 근육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온몸에 알이 배겼다.
이름은 올리버고 친구가 지어줬다. 며칠지나 보니 눈썹이랑 머리카락은 다 날라가 없고 내 팔처럼 가느다란 식물줄기와 너덜너덜한 눈만 남아있었다. 주접 떠는 것 처럼 느껴질 수 도 있는데 새벽에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우리 올리버를 보니까 정말이지 외로워 보였다. 밖에 날씨도 추운데. 하긴 더우면 더운대로 너한테 문제긴 하겠다.
길가다가 어린애들이 보고 좋아하거나 나처럼 한가한 사람이 지나가다 사진 하나씩 찍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올리버의 눈 속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