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24

변비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안 적어 버릇하니, 글을 어떻게 쓰는지 까먹어버렸다.

이전에도 잘 쓰지는 않았고, 사실 그리 바쁘지도 않았지만.

 글이란 결국엔 배설물과 같아서 쓰고 싶어서 쓰는 취미 따위가 아니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엘레베이터 앞 급똥과 더욱 닮아 있다. 요새 내 마음에 변비가 생긴모양이다. 글도 감정도 잘 배출이 되지 않고 꽁꽁 쌓여있다. 

 응어리진 것들을 풀어보려 펜을 잡고 노트 앞에서면 금세 길을 잃는다. 적고 싶은 마음이 앞서 뭘 적어야 할 지 모른체 발만 동동 거리면서, 그러면서 흰노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블로거에도 몇 번이고 글을 적어봤지만, 내가 봐도 너무 똥이어서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고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최근에 짧은 글만 툭툭 몇 개 던져 놓았는데, 결국 다 이런 이유다. 

 저번주에 종강을 했다. 최종성적을 빨리 확인하기 위해서는 강의평가를 중간, 기말에 걸쳐 총 2번을 해야된다. 나는 왜인지, 강의평가를 이렇게 강압적으로 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시스템에 굴복하는 것 같아 묘한 불쾌감을 느낀다. 그래서 안 했다. 성적은 나중에 확인하면 뭐 바뀌나? 이런 생각..이었다. 근데 성적이 궁금해 미치겠다 지금. 5분도 안 걸리는 강의평가 그거 하나를 안 해서.. 구글에다가 '강의평가 안 했을 때 성적 보는 법' 따위의 의미없는 짓거리들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어항속에 갇힌 금붕어도 이보다는 덜 할 거다. 

 행복한 사람은 글을 적지 않는다고 누군가 말했던 거 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작가의 스테레오 타입을 떠올려 보자. 한 손엔 반지처럼 담배를 항상 들고는 머리는 빠져나가고 창작의 고통이라는 단어를 통해 한 껏 미화된 그들의 폐인적인 모습이 상상된다. 하고 싶은 말은 보통 우울한 사람이 글을 싸재낀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굉장히 긍정적이다. 나무를 보며, 태양을 보며 감탄을 한다. 뜨거운 여름은 그 맛이 있고, 비 내리는 장마도, 한파 가득한 겨울도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한 수없이 버려지는 정자들 속에서 내가 골인 지점을 뚫고 들어간 1대 1억의 사나이라고 생각하면 삶이란 얼마나 기적인가 하고 상기할 수 있는 그런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나도 인간관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때면 한 껏 우울해지곤 한다. 

 같이 목욕탕도 가곤 했던 친구와 시간이 지나 가벼운 인사를 전하기에도 부담이 되는 사이가 되고, 의미없이 기싸움을 하던 친구와 서스럼 없이 속 마음을 터 놓는 따듯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내 24년 인생에  나를 스쳐지나갔던 친구들을 쭉 돌아 봤을 때 정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을 펼쳐 하나씩 구부려 보아도 몇 손가락이 아직 남아있다. 난 그게 참 슬프다. 어른이 되는 과정 중에 하나 처럼 그런 흘러가는 인간관계에 초연해지는 것도 포함이 되어있겠지. 어쩌면 어른이 된 다는 것은 인생의 비극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졸린 눈을 부비고 출근하면서 묵든 든 생각.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잠을 충분히 자야된다. 잠을 자야돼. 사람은 잠을 자야돼. 어쩌면 잠보다 재밌는 것이 없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오늘이 기대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린이날 아침에 번쩍 눈을 뜨면 난 설렘으로 가득 찼었는데 이젠 그런게 별로 없다. 

  Puff,,, P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