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생각하던 최악은 면했고, 어쩌면 분에 넘치게 그럭저럭 썩 괜찮은 곳에 입사하게 됐다. 입사 후 달라진 점도 크게 없다. 아직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진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나름 바쁘면서도 하나도 안 바쁜 느낌. 입사하고 일주일 가량은 동대문구에 있는 지인의 할머니집에서 묵었다. 침대도 없이 전기장판 위에서 잠 들기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 이거.. 회사가 아니라 알바인가?". 어쩌면 섬뜩한 생각. 긴장감이 하나도 들질 않았다.
지금은 회사 근처에 있는 아주 추운 자취방을 얻어 살고 있다. 나름 만족스럽게 꾸며서 방 소개는 다음에 한 번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회사까지는 도보로 5분인데, 그렇다 보니 노래를 막 집중에서 들을만한 시간이 없다. 또 옷은 매일 셔츠에 니트만 입고 있다. 마치 교복을 입는 것 처럼.
그렇다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음악과 옷을 당최 즐길 시간이 없다. 자연스럽게 관심도 줄어들고, 이런 말 하기는 부끄럽지만 감각도 떨어지는 것 같다. 주말에도 좀 튀게 입어볼까 싶다가도 그냥 무난무난한 옷들에 손이간다. 음악도 듣는 것만 듣는다.
점점 굳어가는 내 귀에 정말 위기감을 느껴서 억지로라도 디깅을 좀 했는데, 잠깐 몇 시간에 그칠 뿐 그렇다 할 소득도 없고 결국에 듣던 거에 손이 간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늙고 있나?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면도를 해도 수염이 몇 개씩은 삐죽삐죽 나와있다.
옷은 뭐 이 정도면 됐다! 20대 때 충분히 즐겼다! 싶은데, 음악은 아무리 그래도 아직 들을게 산더미 같아서 아직은 놓고 싶지 않다. 아니 어쩌면 내가 정말 내 주파수에 맞는 곡들을 다 찾아버린 걸까?
당장 한 3년 전 사진만 봐도 치기어리게 젊은 내가 보인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열어서 예전 글 몇 개를 봤는데, 또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뭐랄까, 지금은 못 쓸만한 감성의 글들이 몇 개 있다. 어떻게 보면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혹자는 말하겠죠.....
"에잉.. 젊은 것이!"
어쨌든 지금은 내가 있는 곳에 적응하려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난 참 인복이 좋다.
더 이상 힙스터고 뭐고.... 아예 나랑 다른 분야의 얘기인 것 같고, 내 음악 취향이라던지 옷 취향들도 별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렇게 현실을 자각해버린 또 늙어버린 내 귀와 얼굴에 대한 변명을 위해 최근에 찾은 노래 하나를 첨부해야겠다.
애매한 기장의 내 긴 머리와 함께 날아가 버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