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어느순간 찾아온 내 패션에 대한 견해에 대해 몇 줄 적으려고 한다.
옷을 잘 입는다라는 것은 뭘까? 답이 없어보이는 이 질문에 나는 20대 내내 여러 옷을 구매하고 버려가며 고찰해보았다. 27살 여름에 와서야 이 질문 자체가 크게 의미없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옷을 잘 입고싶다' 하는 욕구는 결국엔 '멋있어 보이고 싶다' 라는 원초적 요인에서 부터 출발한다. 멋이라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여러가지 방식들이 있는 법인데, 패션은 그 중 일부일 뿐인 것이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패션은 이 멋의 순서에 있어 꽤나 후순위에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당신이 옷을 세련되게 입은 사람을 길에서 마주쳤다고 생각해보자. 그 곁을 지나가는 짧은 그 몇 초간에는 '와 저 사람 멋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법인데, 잠시 그 사람을 멈춰세우고 대화를 몇 마디 나눠보니 당신은 세련되고 화려한 그 옷들이 전부 대출받아서 구매한 옷들이며 전과 8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 '멋'이라는 관점에서 패션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되지 못 하며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우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고 적용 가능하며 그 역 또한 성립한다. 폴 메카트니의 'i will live'를 검색해보시길 추천드린다. 민트색 티셔츠 한 장을 입고 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어떤 패셔니스타가 와서 꺼드럭댄다 해도 이 민트색 티셔츠보다는 못 할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의 본질, 인품, 말투, 재능이 멋을 드러내는데 있어 훨씬 우선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히 뛰어난 점도 없고 뭣도 없어서 옷이라도 잘 입어야 되는데요? 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단단히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그 우선순위가 선행되어야 그 이후에 패션으로 발산 가능한 멋의 충분조건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결국 우선순위의 멋을 찾은 사람이라면 패션이 무의미 해진다는 점이다. 이미 그 자체로서 빛이 나고있기 때문일 터인데, 굳이 패션을 위한 돈과 에너지를 들일 이유가 없다. 정말 멋을 위한 플러스 알파를 찾고 있다면 패션이 아닌 그 앞선 것들을 다시 되돌아 보고 정비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다.
패션으로 챙긴 이미지와 멋은 짧은 몇 마디의 대화만 나눠보아도 물에 넣은 솜사탕 처럼 쉽게 흩어진다.
나는 몇 가지 단색 티셔츠와 유니클로 청바지로 이번 여름을 가득 채울 계획이다. 앞서 말한 기준에 있어 나는 이미 '멋'과는 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러므로 더욱이 꾸밀 필요가 없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바로 '옷 입는 재미'다. 밖에 나가기 전 행거 앞에 서서 옷을 고르는 행위 자체는 매우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는 결국 재미에 그치고 멋은 아니다. 무엇이 됐든 당신이 옷을 재밌게 즐기면 그걸로 그만이지만 이를 통해 멋을 찾겠다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비록 옷에 관해 얘기를 했지만 외모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의 기준치의 당신의 외적 요소가 맘에 안 든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기를 수 있는 더욱 중요한 멋의 가치들이 무궁무진하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