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4

클론

 한 때 클론룩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마냥 쓰였던 때를 기억한다. 그때가 아마 내가 중학교 시절이었나,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무튼 그즈음이었다. 검은색 슬랙스에 하얀색 상의를 입은 사람들을 속칭 '모나미룩'으로 불리곤 했는데, 패션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모두 바가지머리여서 많은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었다. 그때가 그 단어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뭐 어쨌든 서울 한복판을 돌아다니다 보면(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는 솔직히 말하면 '스타일'이라는 이름을 붙히기가 힘들정도로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요즘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혹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가 특정 스타일을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유행하는 옷들을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2010년도에 비해 한국 패션의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만한 점은, 10년대에는 특정 아이템을 중심으로 유행이 돌고 돌았다면, 최근에는 스타일 혹은 장르라는 조금 더 넓은 카테고리로서의 유행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크게 다르지 않은 클론룩으로 보이기도 하면서 더 나아가 일종의 코스프레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나의 고질병 중 하나인 이 병신같은 힙스터 마인드를 버리려고 부단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패션에 그렇게 진심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 이후로, 생각을 좀 고쳐 먹었다. 시발 뭐 클론룩이면 좀 어때? 남들이랑 다른 옷을 찾으려면 저기 저 바다건너에 있는 해외 편집샵에서 그 귀찮은 직구 과정을 거치거나, 빈티지샵을 샃샃이 뒤져가며 콧구멍에 먼지 뭍혀가면서 옷을 골라야 하는데, 이 과정을 즐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물며 SPA브랜드를 애용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가 있을까. 그들이야 말로 경제적, 실용적 측면에서의 의식주를 현명하게 해내고 있는 21세기의 참 소비자인 것을.


'저건 좀 클론룩인데 부끄럽지도 않니?' 

우스깡스러운 나의 옷차림을 보고서는 현명한 SPA브랜드의 소비자들은 말할 것이다. 

'그래서 넌 뭔데 병신 백수새끼야. 좆도 하는 것도 없으면서'

난 할 말을 잃는다.

사실 사람이란 것이 대강 비슷비슷해서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한 겨울에 발목을 훤하게 드러내는 그것만은 정말이지 내 눈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법으로 금지시켜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