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가를 지날 때 왜 힘들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3333 14번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한국 처럼 편의점이 많지 않은 터라, 보잘 것 없는 음료수 하나 마시기 위해 10번가 까지 굳이 걸어가야 하는 귀찮음이 늘 존재한다. 무슨 텍사스 처럼 차를 타고 가야할 정도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는 않지만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100발 자국만 가도 편의점이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10번가 까지는 걸어서 대충 10분 정도 언저리다. 여기서 문제는 10번가 까지 가는 것이 아니다. 바로 14번가 까지 돌아오는 길이다. 그렇지 않나? 산책을 하든 등산을 하든 목표 지점까지 가는 길은 재밌고 신선한데, 막상 돌아오는 길은 숙제 처럼 느껴지는 것. 이 길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10번가를 가는 나의 컨디션은 보통 아침이나 무언가를 하러 갈 때에 놓여있기 때문에 대게 쌩쌩한 편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손에 일주일치 음식이 담겨있는 쇼핑백이나,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피곤한 몸뚱아리와 함께 이기 때문에 더욱 버겁게 느껴진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항상 나는 13번가에서 멈춰 선다. 13번가, 그 지점에서 난 항상 이렇게 햇갈리곤 한다. “이제 14번가 인가?”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먼지가 잔뜩 덮힌 표지판 아래로 13번가라는 글씨가 나를 비웃듯이 바라 보고있다.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룸메들과 같이 집으로 돌아갈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13번가에서 우회전을 하곤한다. 그러고는 몇 발 자국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니 여기 우리 집 아니잖아?”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추상적인 느낌을 접어두고 과학적으로 분석을 해봤다. 그 원인엔 피곤한 정신도 무거운 짐도 물론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 길에 미세한 그것도 아주 미세해서 의식적으로 느낄 수 없는 몇 도 안되는 경사가 날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돌아오는 길에 난 또다시 13번가에서 우회전을 했고, 아마 다음 주도 그럴 것이다.